“준비된 승계와 준비 안 된 승계, 세금 차이가 수십억입니다” — 50년 기업 대표님께 배운 것

처음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50년 넘게 제조업을 이끌어온 창업주 회장님의 사무실이라고 하면 묵직한 원목 책상과 고풍스러운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달랐습니다. 절제된 색감, 회사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갤러리처럼 걸린 벽, 그리고 그 중심에 앉아 계신 회장님.

1940년대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정하셨습니다. 악수를 나누는 손에서 힘이 느껴졌고, 눈빛은 여전히 선명했습니다.

[50년 기업, 그러나 승계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회장님의 회사는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부 포상만 수차례, 매출도 탄탄했습니다. 아드님은 이미 이사로 회사에 합류해 있었고, 지분 일부도 증여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겉에서 보면 승계 준비가 잘 된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당장 상속이 진행될 경우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기업 가치는 높았고, 회사에 잉여금도 많았지만 그 잉여금은 법인 장부 안에 묶여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은 그 엄청난 상속세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회사는 살아있는데, 세금을 못 내 지분을 강제 처분해야 하는 상황. 50년을 지켜온 회사가 그렇게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가업승계의 3가지 함정]

함정 1 — 기업 가치가 오를수록 세금도 함께 오릅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회사가 더 성장하면 그때 물려주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기업 가치가 높아질수록 주식 평가액도 높아지고, 세금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기업 가치가 적당할 때 아니, 오히려 낮을 때 지분 이전을 시작하는 것이 절세의 핵심입니다.

함정 2 — 가업상속공제는 생전에 쓰는 카드가 아닙니다

최대 600억까지 공제가 가능한 가업상속공제는 대표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 시점에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한 푼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요건을 갖추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립니다.

함정 3 — 현금이 없으면 지분을 팔아야 합니다

상속세는 현금으로 납부가 원칙입니다. 유동 자산이 충분하지 않으면 결국 주식을 처분하거나 회사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키워온 회사의 지분이 세금 때문에 흩어지는 상황, 막을 수 있습니다.

[그날 회장님이 하신 말씀]

상담이 끝날 무렵 회장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걸 10년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승계를 준비한다는 건 자신의 끝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결과는 수십억 원 차이가 납니다.

회장님의 회사는 지금 7년 플랜으로 승계 구조를 정리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이유]

가업승계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분 구조 정리, 가지급금 해소, 유동성 확보, 신용등급 관리까지 최소 3년에서 10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대표님이 건강할 때, 기업 가치가 아직 적당할 때, 자녀가 준비됐을 때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시점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지금 귀사의 승계 준비 상태가 어떤지 먼저 확인해 보십시오.


이규원 | (주)비즈파트너즈 팀장 · 비즈 인사이트 발행인
법인 세무·노무·재무 컨설팅 현장에서 직접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법인 대표가 놓치기 쉬운 세금·자산·리스크 이슈를 다룹니다.
이 글은 필자가 직접 운영하는 법인 컨설팅 전문 미디어 비즈 인사이트(biz-insight.ghost.io)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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